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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노동뉴스] 오징어 게임과 중대재해예방_최학수
 
글쓴이 : 운영자
작성일시 : 2021-12-08 16:32   0  2,741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6119 [1200]

<오징어 게임> 인기가 대단하다. 등장하는 배우들과 소품, 놀이가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회자되는 모습은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한때 전 세계 넷플릭스 시청률 1위를 싹쓸이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한국의 전통놀이를 따라 하는 현상이 지구촌 곳곳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나라마다 종교와 소득·문화 등이 다른데도 이런 장벽에 아랑곳하지 않고 남의 집 안방에 들어가 떡하니 아랫목을 차지하고 있는 격이 됐다. 고작 몇 시간 분량밖에 안 되는 드라마 한 편이 순식간에 이런 큰 변화를 가져오는 게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갖게 한다. 세계 유수 언론들도 이런 초유의 현상에 분석기사를 봇물처럼 쏟아 내고 있다. 그중 몇 개를 추려 보면 대개는 한국 정부가 문화산업 발전을 위해 지속적인 지원을 해 왔다는 정책부문과 모두가 공감하는 사회의 불평등 구조의 현실을 잘 간파해 담았다는 점, 그리고 황동혁 감독의 각고의 노력과 남다른 통찰력을 성공요인으로 꼽았다.

이처럼 ‘대박’ 나는 성공을 안전보건 분야에서는 거둘 수 없을까. 안전보건 분야에도 중대재해예방을 위한 정부의 정책이 있고, 노사가 제기하는 안전보건 문제의 갈등과 쟁점이 뭔지 모를 리가 없고, 산업현장은 중대재해예방을 위해 나름 안전관리조직체계를 갖춰 대처해 오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어떤 연유에서인지 중대재해는 끊이질 않는다. 중대재해예방이라는 드라마는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겉보기엔 그 대책과 계획들이 잘 작동돼 순탄하게 굴러갈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현란한 포장 속의 부실한 상품처럼 현실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제도와 대책들 때문에 잘 먹혀들지 않고 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만 보더라도 그렇다. 노동계에서는 ‘김용균법’이 종이호랑이법이 됐다며 비난하고, 경영계에선 경영자 목을 죄는 과도한 법이라 항변하고 있다. 일각에선 산업안전보건법의 처벌규정만으로도 충분한데 또 다른 처벌규정을 만들 필요가 있느냐며 반문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중대재해처벌법만 시행하면 중대재해가 현격히 줄어든다는 전망이라도 있는 것인가? 그러나 누구도 여기에 자신 있는 답을 내놓지 못한다. 어떻게 보면 <오징어 게임>의 달고나 뽑기에서 과자를 세밀히 떼어 내지 못하면 처벌하는 것과 같아서 결승선에 안착할 중대재해예방 효과가 얼마나 나올지는 운동장에서 실제로 뛰어봐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대하는 효과가 오리무중인데 굳이 법까지 제정해 가며 밀어붙이는 걸까? 그것은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이 그만큼 소중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노동자의 건강이란 단지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장에선 비록 한 개인에 불과하지만 가정에 돌아가면 가족을 부양하는 가장인 경우가 많다. 노동자가 생명을 잃거나 건강장해를 입게 되면 결국 그 가족한테까지 고통을 끼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마치 어미를 잃은 새끼동물이 살아갈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이것이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이 존재하는 이유가 아닌가 한다.

지금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런저런 말이 있지만 그렇다고 유턴할 수도 없다. 주어진 현실에서 현명한 판단과 준비가 있어야 한다. 중대재해예방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안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동병상련할 정도의 관계여야 하는데 노동자는 사업주가 살피도록 하고 있고, 사업주는 정부가 감독하는 수직관리 구조여서 외견상 수평적 관계의 협조가 쉽지 않다. 지금처럼 중대재해라는 난적을 사업주 단독으로 대응하게 하거나 노동자 개인에게 맞서게 해서 그 결과를 놓고 책임과 의무만 따진다면 승패는 보나마나다.

최선의 방법은 원팀이 돼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대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대재해라는 난적을 노동자·사업주·정부가 원팀이 돼 방어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 셋이서 일종의 ‘깐부’를 맺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깐부를 맺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힘이 약한 자와 조건을 내세우는 자가 있을 수 있고, 생각이 다르다고 기피할 수도 있다. 혹자는 노사정 문제는 남북문제만큼이나 어렵고 힘든 문제라며 절레절레 고개를 젓는다. 그러나 해결 방식을 바꾸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오징어 게임>도 드라마 한 편을 만들기 위해 치아가 빠질 정도의 고통을 겪는 고민과 준비가 있었던 것처럼 중대재해예방이 성공하기까지는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우선 정부·사업주·노동자가 서로 간의 불신의 장벽부터 거두는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상대를 배려하고 이해하는 성숙된 자세로 진솔하게 무릎을 맞대야 한다고 본다. 산업현장의 난적 중대재해를 성공적으로 물리치기 위해서는 깐부와 같은 협력의 지혜가 절실하다고 본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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